1. 작가 소개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1593)는 이탈리아에서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16세기 이탈리아 매너리즘 시기의 화가입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황제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하여 1562년 체코의 프라하로 가서 페르디난트 1세, 막시밀리안 2세, 루돌프 2세의 3대를 섬기는 궁정화가로 1582년까지 지냈습니다. 약 20점의 유화와 많은 소묘를 남겼는데, 동물과 식물을 아울러 사람의 머리를 형용한 괴기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인문주의적 궁정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창조력을 발휘하여, 착각의 원리에 기반한 외관의 이중적인 의미에 대한 매너리스트적 유희와 농담을 펼쳤습니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전 유럽의 궁정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화가가 말년을 보낸 밀라노에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들어 급속히 잊혀지기 시작했고, 18~19세기 동안에는 미술사에서 완전히 무시되었다가, 20세기 들어 매너리즘 미술의 재평가와 더불어 연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1987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전시 ‘아르침볼도 효과(Effetto Arcimboldo)’를 통해서 그의 위상은 ‘모더니티의 선구자’로 높아졌습니다.
2. 대표작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대표작으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채소를 기르는 사람, 변호사, 계절의 신으로서의 루돌프 2세, 사서, 베르툼누스, 불, 물 등이 있습니다.
3. 작품 소개
봄(캔버스에 유화 / 76×64cm / 1573년 작): 이 작품은 4계절 중 봄을 주제로 했습니다. 사람의 머리, 목, 그리고 의상이 온갖 종류의 꽃과 풀로 덮여있습니다. 머리에는 밝은 톤의 꽃 종류가 가득하고, 의상에는 초록색의 풀로 그려져 있습니다. 작품의 테두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이라는 제목에 맞게 이들 식물은 모두 봄에 피고 자라는 것입니다. 분위기도 봄을 연상시키듯 산뜻하며 화사합니다.
여름(캔버스에 유화 / 76×64cm / 1573년 작): 이 작품은 4계절 중 여름을 주제로 하였으며, 사계 연작 중 가장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여름의 청년은 강렬한 햇살 아래 각종 과일과 작물로 뒤덮여 있습니다. 코는 늙은 오이, 눈은 체리와 무화과, 눈썹은 밀이삭, 입과 이빨은 강낭콩, 입술은 체리, 귀는 마늘, 볼은 복숭아, 턱은 배, 머리카락은 포도, 옥수수, 호박 등으로 되어있습니다. 의복도 밀이상과 짚단으로 표현하였고, 가슴에는 아티초크 한 송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어깨에는 제작연도가 새겨져 있고, 목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목에 있는 이름 뒤의 F는 라틴어 fecit의 약자로서 ‘작자’라는 뜻입니다. 인물화이자 정물화인 아르침볼도의 작품은 당대 굉장한 파격이었으며 후에 피카소,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채소 기르는 사람(목판에 유채 / 35×24cm / 1590년 작): 이 작품은 채소 기르는 사람의 모습을 양파, 무, 당근 등이 가득 찬 바구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뒤집어 보면 사람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커다란 둥근 양파는 두 빰을, 당근은 코로, 두 개의 버섯은 입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채소 기르는 사람은 아르침볼도의 독창적인 예술적 발상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는 작품입니다. 즉 아르침볼도는 인물의 모자 역할을 하는 검은색 그릇을 아래로 위치시켜 그 속에 각종 채소가 들어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처럼 원래의 작품은 일반적인 정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평범하기만 했던 정물들을 인물의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작가는 정물화와 인물화를 넘나드는 이중성을 의도한 것입니다. 아르침볼도의 인물화를 보면,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물로 구성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기법으로 작가의 유머 넘치는 기발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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